2012년 4월 12일 목요일

프로 도박사의 세계

프로 도박사의 세계

카지노들이 밀집해 있는 라스베가스 볼루버드에서 서쪽으로 약 10km 정도 가면 14개의 크고 작은 골프장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그리고 이 골프장 안에는 건평만 1백 20평 – 5백평에 이르는 호화 저택들이 수백채씩 들어서 있다. 이러한 저택들은 시가로 따져 70만 – 3천만 달러에 이르는데, 이곳에서는 마이크 타이슨, 안드레이 아가시, 마이클 챙과 같은 스포츠 스타를 비롯한 미국의 VIP들이 살고 있다.

또 이곳에는 세계 최고의 갑부라는 브루나이 국왕의 저택도 자리잡고 있는데, 그 저택은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하나의 거대한 성이자 마을을 이루고 있다. 하녀가 살고 있는 집만도 1백평이 넘을 정도이다.

그런데 사실 이곳에 위치한 저택들의 3분의 1은 그 주인이 프로 도박사들이다. 물론 겉으로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수의사, 부동산 투자가와 같은 멀쩡한 직업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실질적인 수입은 모두 프로 도박사로서 벌어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프로 도박사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프로 도박사를 하룻밤 사이에 일확천금을 버는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엄청난 착각으로 영화 속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이다. 프로 도박사들은 카지노 게임을 일확천금의 투기가 아닌 안정된 사업으로 여기며 일종의 직업으로 꾸준히 행하는 사람들이다. 즉 프로 도박사는 정해진 룰에 따라 일정액의 자본 투자를 하며, 그리고 예상 수입에 도달했을 때는 미련없이 카지노를 떠난다.

설사 손해를 보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프로도박사의 게임 방식은 주식 투자가가 주식을 운용하는 방식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예컨대 총자본금 6천2백50 달러에 시간당 1백 39달러의 수익을 목표로 하는 등 프로 도박사는 치밀한 사전 계획을 가지고 카지노에서 안정된 수입을 추구한다. 그리고 너무 욕심을 부려 팔고 사는 타이밍을 놓친다거나 또 위험한 상품에는 절대 돈을 대지 않는다는 주식 투자의 원칙 역시 프로 도박사의 게임 원칙과 일치한다.

프로 도박사의 연간 수입은 20만달러에서 600만달러

프로 도박사들의 수입은 보통 자기 밑천에 따라서 틀리지만 대충 연간 20만 달러부터 6백만 달러 정도이다. 만약 1년에 1백만 달러를 버는 프로 도박사라고 하면 6천 5백 달러 정도가 하루 평균 수입이며, 또 최소 40-50만 달러의 현금 자본금을 항상 갖고 다닌다. 그리고 이 수입을 하룻밤 사이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직장인이 회사에 출근하듯 꾸준히 카지노에 출근하여 버는 것이다. 보통 프로 도박사들은 1달에 15일 정도 일을 하며 하루 평균 30분 – 3시간 정도씩 일을 한다. 그리고 1년에 2개월 정도를 휴가로 보낸다.

또 프로 도박사들은 대개 자신의 전문분야들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포커 전문 도박사, 블랙잭 전문 도박사, 스포츠 도박사, 슬롯머신 도박사 등 나름대로의 주특기가 한가지씩 있다. 현재 라스베가스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는 수천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프로 도박사로 활동하며 윤택하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카지노 통계에 의하면 라스베가스 카지노 총 매출액의 3% 정도는 이와 같은 프로 도박사들이 빼앗아간다고 한다.

이러한 프로 도박사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프로 도박사가 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라스베가스 주민의 대부분이 도박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하나의 아이러니이다. 6개월 이상 라스베가스에 살고 있는 사람은 아마 두 부류 중 하나이다. 즉 도박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아니면 도박을 무척 잘하는 프로 도박사일 것이다.

한편 카지노를 이길 수 있는 게임 테크닉은 모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확률을 통계내어 만들어낸 것이다. 그리고 프로 도박사들은 나름대로 비장의 게임 테크닉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프로 도박사들은 화려한 명성으로 인해 카지노 블랙 리스트에 올라감으로써 카지노 출입에 제한을 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프로 도박사들은 이러한 게임 테크닉을 이용하는 것보다 철저히 자기통제 능력을 갖출 줄 알아야 한다. 여느 세상사와 마찬가지로 도박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통제이다. 욕심은 절대금물이다. 골프에서 마음을 비우지 않고 욕심을 내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 평상시에 매끄럽던 스윙이 결국 흐트러져버리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골프에서 ‘버디’를 놓치면 ‘파’도 못하고 ‘보기’를 한다는 말은 도박에서도 그대로 통용되는 금언이다.

그러므로 프로 도박사가 되려면 일단 마음을 비우고 자신을 일종의 ‘도박기계’처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돈을 따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마련이다. 라스베가스에는 현재 10만명 이상의 카지노 딜러들이 있는데 이들 중 근무시간 이외에 다른 카지노에 손님으로 가서 돈은 따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자기 돈으로 게임을 하기 때문이다. 즉 카지노에서 딜러로 일할 때는 자기 돈이 아니라 카지노의 돈으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승패에 초연해지지만 일단 자기 돈이 걸려 있으면 사정이 확 달라지는 것이다.

단전호흡이나 명상 위주의 ‘기(氣)’훈련을 하기도...

이에 프로 도박사들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훈련과 수양에 힘쓴다.

미국 내에서 프로 도박사들을 위한 세미나가 자주 열리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하나는 라스베가스에서 북쪽으로 자동차로 약 한 시간 떨어진 해발 2,000미터 산중턱에 있는 어느 별장이고, 또 한군데는 아리조나 주의 셰도나라는 마을이다. 특히 셰도나는 해발 3천미터에 위치한 황토흙으로 뒤덮인 산속 마을로 ‘기(氣)’가 강하기로 소문난 세계적인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런 곳들에서 열리는 ‘프로 도박사 멤버십 세미나’에 참가해 보면 게임방법론과 함께 정신 무장을 유난히 강조한다. 그리고 이때 자기 통제 능력을 키우는 하나의 훈련 방법으로 단전호흡이나 명상 위주의 ‘기(氣)’ 훈련 또는 ‘선(禪)’을 가르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실제 미국 내 프로 도박사 가운데는 기의 고수들이 꽤나 된다.

비즈니스맨들이 경영 세미나를 통해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이루어나가듯, 프로 도박사들도 이러한 멤버십 세미나를 통해 정신 교육 및 게임 방법론을 부단히 습득해나간다. 한 사람의 프로 도박사는 바로 이렇게 하여 탄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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