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력있는 주사위 게임 `크랩'

시간당 100회의 속전속결 게임…속도에 휩쓸리면 낭패 ##
한국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아주 인기있는 카지노 게임으로 크랩이라는 주사위 게임이 있다. 보다 정확한 이름은 크랩스(craps)이지만 우리가 윈도우스(windows)를 윈도우(window)라고 부르듯이 [s]를 생략하고 크랩이라 부르겠다.
카지노에 간 적이 있는 독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마치 운동 경기를 응원하듯 떠들썩한 크랩 테이블을 기억하리라 생각한다. 20세기 초 미국에서 시작된 크랩은 휴게실이나 골목길 등에서 벌어졌던 도박이었다. 그 광경은 구경꾼들에 둘러 쌓여 내기 윷을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겠다.
크랩은 주사위 두개를 던져서 하는 간단한 게임이지만 베팅의 종류가 다양한데다 진행이 빠르고 박력 있는 게임이다. 주사위를 손님이 던지는 것도 크랩의 특징이다. 주사위를 던지면 특정 숫자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표현들이 조그만 사전을 만들 수 있을만큼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를 들면, 주사위를 던지며 {우리 애기가 새 구두가 필요한데…}라는 완곡한 표현도 있다. 이는 {걸 나와라!}를 외치며 윷을 던지는 우리의 직선적인 표현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또한 던진 주사위가 누군가의 손에 맞으면 그 다음에는 나쁜 숫자가 나온다는 미신이 있어 {손 조심하세요!}를 외치며주사위를 던지기도 한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미신들이 많이 있다.
자세한 룰과 진행 방법은 크랩에 관한 책을 통하여 알아보길 바라며 여기서는 손님에게 가장 유리한 패스(pass), 돈패스(don'tpass), 프리아즈(free odds) 베팅에 대해서만 설명하겠다. 나머지 베팅들은 그 기대값이 이들의 기대값보다 적기 때문에 사실은 알 필요도 없다.
패스에 돈을 걸었다고 하자. 주사위 두 개를 던져 그 합이 7이나 11이면 [내추럴]이라고 해 건 돈 만큼 따고, 2·3 혹은 12일 때는 [크랩]으로 돈을 잃는다. 나머지 경우인 4·5·6·8·9·10중에 하나가 나왔을 때는 그 합이 점수(point)가 되고 7이나 이 점수 둘중에 하나가 나올 때까지 주사위 던지기는 계속 되풀이된다.
7이 먼저 나오면 패스에 건 돈을 잃고, 점수가 먼저 나오면 딴다. 예를 들어, 처음 던진 주사위의 합이 5라면 5가 이 판의 점수가 되고 7이 나올 때까지 주사위를 계속 던진다. 1950년 6월 10일 라스베이거스의 데저트인(Desert Inn) 카지노에서 점수가 확립된이후 주사위를 28번이나 던진 기록이 있다.
돈 패스는 패스와 정반대이다. 즉, 내추럴이 나오면 지고 크랩이 나오면 이긴다. 단, 크랩 중에는 12가 나오면 비기게 되어 있다. (3에서 비기는 카지노들이 더러 있는데 이런 곳에서는 돈패스가 조금 더 불리하다) 사람들끼리 하는 크랩에서는 12에서도 돈 패스가 이기기로 되어 있는데, 이 규칙을 그대로 쓰면 손님에게 유리하기 때문에 카지노에서 규칙을 바꾼 것이다.
프리아즈 베팅이란 점수가 확립된 후 추가로 베팅을 하는 것인데 점수가 나올 확률대로 지급받기 때문에 공평한 게임(기대값=0)이다. 예를 들어, 패스에 칩 하나를 걸었을 때 4가 점수가 되었다고 치자. 칩 하나를 4에 더 걸고 4가 나오면 패스에 건칩 하나는 하나를 따지만 4에 건 칩 하나는 확률대로 두개를 딴다. 패스와 돈 패스의 기대값은 -0.014인데 프리아즈를 이용하면 -0.0009로 개선할 수 있다.
구면의 주사위를 던진 결과를 세 경우로 나누어 금발 처녀의 운명을 결정하는 고대 로마의 전설에서 카드 게임 바카라를 고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게임의 내용으로 볼 때 바카라보다 크랩이 이전설에 보다 가깝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크랩은 주사위의 독립 시행에 의한 게임으로 손님에게 불리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가를 즐기기 위해 카지노를 찾았을 경우, 블랙잭의 기본 전략을 암기하기 귀찮은 독자들께는 크랩을 권한다. 크랩은 시간당 100판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게임 속도에 휩쓸리지 말고 쉬어가며 베팅의 회수를 줄이는 것도 한 요령이다